안희연 "'아이돌' 제나, EXID 하니로 보일까 걱정했지만…" [인터뷰+]

입력 2021-12-17 14:59   수정 2021-12-20 08:56



JTBC 'IDOL [아이돌 : The Coup]'(이하 '아이돌') 촬영을 시작하고, 방영되는 내내 안희연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고 했다.

'아이돌'은 당당하게 내 꿈에 사표를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희연이 연기한 제나는 걸그룹 코튼캔디의 리더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키보드를 치며 자작곡을 부르면서 단숨에 주목받았지만, 데뷔 후 '망돌'(망한 아이돌)이라고 불리며 좌절하면서도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는 캐릭터다.

안희연은 그룹 EXID 멤버로 2012년 데뷔했다. 활동 초기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위아래'의 '직캠'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역주행 신화를 이뤘다. 코튼캔디가 겪은 무명의 설움도, 목표로 했던 1위도 모두 경험한 것.

걸그룹 출신이 걸그룹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EXID 하니가 떠올렸다는 얘길 많이 듣지 않았냐"고 묻자, 안희연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그걸 왜 분리해야 하나 싶었다"면서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

"처음엔 '하니와 제나가 겹쳐 보이면 안되니 지금까지 안 한 스타일링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파마를 해야 하나' 그러고요.(웃음) 그런데 문득 '왜 내가 제나와 하니를 분리하려고 하지? 하니가 제나고, 제나가 하니일 수 있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역발상으로 제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스타일을 가져왔어요. 앞머리를 내리고, 긴 생머리를 했죠."

EXID에서는 예쁘고, 귀엽고, 눈물 많던 막내였지만, 코튼캔디 제나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끝까지 멤버들을 보듬는 리더다. 마지막 순간까지 멤버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이상적인 리더의 표준을 보여줬다.

정희연은 "멤버들이 다시 만나는 엔딩, 그 에필로그를 위해 이 드라마가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1위를 하지 못하고 해체를 해도 마음 아프지 않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돌'을 통해 치열하게 아이돌로 활동했던 과거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17살에 연습생으로 발탁돼 꿈에 그리던 데뷔를 했고, 코튼캔디와 마찬가지로 1위만을 바라보던 시간이 있었기에 더욱 생생하게 제나를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저의 시간 속에서 제나와 접전이 있는 시기를 끊임없이 떠올렸고, 그걸 반영했어요. 그게 제가 제나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 싶었죠. 그때의 고민, 가치관 등을 생각했어요. 그래도 힘들더라고요. 리더라는 자리가. '나의 제나'인 EXID 리더 솔지 언니가 정말 대단하고, 고마웠고, 고생이 많았다 싶었어요."

극 중 제나는 넘치는 열정에 비해 표현이 서툴러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멤버들과 오해가 생길 때가 있었고, 회사와도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었다. 심지어 회사 내 유명 프로듀서가 자신의 자작곡을 표절하는 상황에서도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반면 인간 정희연은 10년 가까이 연예계를 경험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며 내공을 쌓아 조리있는 화법으로 상대를 사로잡았다. 정희연은 현재 취미로 심리학 강의를 듣고 있다.

"저 역시 제나였다가, 제나와 비슷한 사람이었다가, 많은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제 모습을 얻게 됐어요. 그런데 다시 제나를 하려고 하면, 그때의 저로 돌아가야 했죠. 안 그러면 아프지 않더라고요. 눈물이 나오지 않아 첫 감정신 연기를 실패하기도 했어요. 다시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죠.(웃음)"

실제로 제나를 연기하면서 "속에서부터 분노하는 상황들이 여럿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외부적인 상황도 힘들었지만, 같은 팀 멤버가 '난 내일은 없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희망을 잃고 포기해 버린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웠다"고.

그러면서 "극 중 '망돌'이라고 대놓고 조롱당하고, 극화된 상황들이 있는데, 저희가 유명하지 않을 때에도 그런 일을 당한 적은 없다"며 "전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아이돌'이 감사한 건 누구 하나를 빌런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 중 '나는 망돌이다'라고 외치는 걸 강요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진행자분을 만난 적이 없어요. 신인이고, 방송 경험이 없어서 떨고 있으면 다들 어떻게든 편안하게, 긴장을 풀어주시려 해주셨죠. 누군가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저에게 상처가 된 적은 있지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코튼캔디 멤버 엘 역의 추소정(엑시)은 걸그룹 우주소녀, 현지 역의 안솔빈은 라붐, 채아 역의 김지원은 시그니처로 활동 중이다. EXID로 활동하면서 음악방송 대기실에서 만나기도 했고, 추소정과는 극중 설정과 마찬가지로 함께 합동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안희연은 "저는 별로 차이가 안난다고 느끼는데, 애들이 자꾸 '연습생 때 EXID 노래로 연습했다'는 얘길 해서 저에게 선을 긋나 싶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저에게 자꾸 존댓말을 써서 그런 부분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다"며 "우리 모두 진심을 다해 서로를 대했다"고 끈끈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아이돌'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관계성, 회사와의 관계,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엔터 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 같더라고요. 상황과 말들이 갈등을 만들고,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는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증이 잘 돼 있었어요. 그게 고마웠어요. 전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다 이해가 됐거든요. 각각의 캐릭터를 단순한 악역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보듬어 주셔서 작가님과 제작진에게도 감사했어요."

올해 '아이돌'까지 마무리하면서 정희연은 카카오TV '아직 낫서른', 웨이브 '유 레이즈 미 업'에 이어 3번째 작품까지 마쳤다.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준 정희연은 "첫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왜 이런 얘길 하는지를 보고 바로 결정하는 편"이라며 "'아이돌'은 '당당히 사표를 던지는 아이돌'이라는 문구에 끌려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쉼 없이 2021년 한 해를 달려왔지만, 다음 목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뭘 해야겠다"보다 "지금을 즐겁게, 재밌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서 일단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저는 계획 지향적인 사람이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성향이에요. 그런데 제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걸 행동으로 옮겼을 때 스스로 행복해지더라고요.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자마자 편도 비행기만 예약해서 그리스로 떠났어요. 원래는 뭘 할지 다 계획하고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아무 계획도 없이 갔죠. 미래보다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고, 그게 제 인생의 주인공을 저로 만들어주는 방법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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